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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동북아 민족의 신화ㆍ의례ㆍ군주관_나희라 Corean Thought Clio

뚜렷한 국경이 없었던 고대 동북아 여러 민족은 다양한 접촉과 이동을 통해 성장해 나갔다. 고대 동북아 제족들의 시조신화에는 특히 자신들의 기원을 하늘에서 찾는 이야기 방식이 공통적으로 보인다. 부여ㆍ고구리를 비롯한 시조신화에서 지상의 여인이 하늘의 빛을 받아 하늘의 아이를 낳는다는 내용은 하늘의 전능함을 햇빛으로 받아 지상세계의 풍요를 이룬다는 관념이 널리 펴져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고조선의 건국신화에서 보이는 동굴(또는 유폐 장소)은 부여의 시비ㆍ고구리의 유화ㆍ일본의 아마테라스ㆍ탁발선비(북위)의 옛 석실ㆍ돌궐의 선조가 살던 굴ㆍ몽골의 동굴ㆍ만주족의 물 속 동굴에서도 보인다.
고대 한국의 건국신화에서 나무는 신성과 인간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로 등장하는데, 흉노인들은 제천시에 신성한 나무를 중심으로 선회하는 의례를 행했고. 탁발인들은 선조석실에 제사를 지내면서 꽂아둔 나무가 크게 자라 신성시되었다는 이야기, 돌궐의 왕위계승자 선출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신목이 있고, 위구르ㆍ거란ㆍ몽골에서도 성수聖樹와 성림聖林이 보이고 있다. 특히 신목은 버드나무인 경우가 많다(고구리ㆍ몽골ㆍ만주족).
이러한 신화의 유사성은 공공의례에 반영되었는데, 국가 의례가 성수와 동굴, 그리고 물가를 중심으로 행해졌다.(고구리ㆍ선비ㆍ탁발ㆍ돌궐)
이러한 고대 동북아 민족 간의 시조신화와 국가적 의례에서의 유사성은 그러한 신화와 의레를 형성케 하는 신관념에서도 보이며, 시조를 모시는 제사는 곧 제천의례로 나타났다. 이러한 태도는 천신과 시조신(인격신)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종교 관념의 반영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의 경우 은대의 지고천신은 인격적인 요소를 아울러 가졌으나 주대 이후 두 신격 요소는 분리되기 시작하여 춘추전국시대에 와서는 천신의 인견신적 요소는 소멸되고 보다 추상화되는 천신관념의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회적 집중도가 중국에 비해 떨어졌던 주변 민족에서는 이러한 신관념의 분화가 분명하지 않다.*

* 천신과 시조신의 구분이 확실하지 않은 관념을 사회적 집중도와 관련이 지어 설명하는 것이 논리적일 수 있을까?

고대 동북아 제민족의 신화와 의례의 한 면에는 지고천신의 권능이 인격성을 인간세계에 구체적으로 작용을 한다는 신관념이 숨어있다. 이는 그 목적에 맞는 명확한 신을 지정하여 제사하기보다는 여러 기능을 가진 신들을 모두 모시거나 주된 신격에게 여러 복합적 성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제사를 거행하였고, 이는 신관념의 세분화가 명확하지 않은 종교사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고대 동북아 여러 민족의 신화와 의례의 기록은 대개 시조(또는 건국) 신화와 국가의례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신화와 의례는 군주권의 기원을 설명하고 이를 합리화하는 왕권신화이며 왕권의례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고대 중국과 주변 민족들은 모두 군주권의 기원을 하늘에서 찾았다. 중국의 ‘천자’는 말 그대로 지고한 하늘의 아들이며, 흉노의 선후는 하늘이 ‘소생’하여 ‘소치’한 존재였다. 흉노와 돌궐 군주의 호칭인 선우單于와 가한可汗은 ‘하늘에 직접 혈통이 닿을 정도로 신성성과 능력을 가진 군주’라는 그들의 군주관을 말해준다.
고조선의 경우 단군을 ‘천자(또는 천손)’, 고구리의 경우 ‘천제지자’, 신라의 경우 ‘하늘에서 내려온 알에서 태어난 혁거세’등은 모두 하늘과 혈통이 이어지는 직접적인 관계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군주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샤만으로서의 주술 능력이었다. 돌궐의 높이뛰기 시합과 목을 조여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자신의 재위 연수를 점치는 즉위의례의 과정, 탁발선비의 경우 새 군주는 담요를 덮어쓰고 태양의 운동 방향으로 아홉 번 도는 형식을 취하며, 거란의 경우 재생의再生儀가 행해졌고, 고구리의 유리왕 전설 등이 그것이다.
중국의 천자는 종교성을 상당히 벗어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주변 다른 민족들의 경우 아직 샤만적 능력을 기대하고 그 신성성을 하늘에서 직접 찾아 권위를 수식하는 ‘천자’였다. 중국의 경우 천신에게서 인격성을 탈각시켜버린 결과 중국의 군주인 ‘천자’는 덕을 갖추어 최고의 이법인 천명을 받아 통치를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중국과 북방민족의 신관념과 군주관의 차이를 잘 말해주는 것이 5호 16국 일부 군주들이 ‘천왕’이라는 칭호를 사용한 점이다. 이는 북방민족 대부분은 여전히 천신의 지고성이 인격성을 통해 구현되고 군주는 직접 하늘과 접촉하고 거기서부터 신성한 능력을 받아 통치하는 존재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羅喜羅 2005 <古代 東北亞 諸民族의 神話, 儀禮, 君主觀> ≪震檀學報≫99, 震檀學會,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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