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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너무나도 착한 아이들을 위하여 : 바람, 나비, 그리고 별 Modern Corean Clio

맹골수로에서 청해진 해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9일이나 되었네요. 

그 동안 너무나도, 너무나도 많은 아이들이 우리의 곁에서 떠나갔지요. 
그것도 한밤중에 말이어요. 아침이면 늘어만 가는 사망자수에 줄어가는 실종자수. 
책임을 지닌 이 땅의 한 어른이자 시민으로서 그 동안 한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네요.
너무나도, 너무나도 미안할 뿐이어요. 
SNS와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많은 이야기들은 그저 헛되고 헛되어 헛된 울림뿐이었어요. 이른바 어른들이 그렇게나 강조하던 정치니 경제니, 종교니 이상이니 모두 다 세월호 참사로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고 보아요.
언제나 5월이 되면 떠오르는 이름이 소파 방정환 선생이리라 생각해요. 
그 분이 누구셨지요. 바로 식민지 조선에서 다가오는 날들의 기둥이 될 어린이만을 위해 소춘 김기전 선생과 더불어 ‘어린이날’을 세우신 분이지요.
소파와 소춘은 모두 천도교도였음을 염두에 둔다면, ‘어린이’와 ‘어린이날’은 수운 최제우 대선사가 창시한 동학에서 비롯하였음을 알 수 있지요. 
천도교의 ‘인내천’ 사상에서 ‘인’은 어른만이 아니라 어린이도 마땅히 한 몫이었기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천도교 수운회관에는 “세계어린이운동발상지”라는 기념돌탑이 세워져 있지요.
이런 역사를 지닌 땅이었는데, 이런 문화를 지닌 나라였는데, 어떻게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고 만 것일까요. 
그 동안의 많은 사고와 달리 이번 참사가 이리도 가슴 아리게 다가와 각인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SNS와 소수의 작은 언론만이 제대로 지적해주었더군요. 
바로 어른들의 무식과 무능과 무책임이라고요. 바로 어른들의 욕심과 돈만을 좇는 아우성과 몸부림이라고요.
지난 4월 22일, 29일, 그리고 5월 1일 의정부역과 행복로에서 그래도 아직은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하고, 버릴 수도 없다고 하여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바라는, 뜻있는 의정부시민들과 함께 노란띠를 달아보았지요. 노란띠에 대한 말들도 많지만 말이어요. 
지나는 학생과 시민들의 손으로 하나하나 너무나도, 너무나도 착한 손으로 매어놓은 노란띠가 즈믄의 바람이 되어 그나마 무어라 말로 나타낼 수 없는 가슴 한 쪽 응어리를 풀어주었어요.
그럼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나머지 응어리가 있더군요. 
의정부역에서든 행복로에서든 청계광장을 나아가 노란띠의 바람이 묶여지면 묶여질수록 말이어요.
정말 우리들은 가만히 있어야만 할까요. 죽음은 언제 어디서나 도처에서 춤을 추고 있는데 말이어요, 
이제 살아남은 어른들이 답해야 할 때며 행동할 때라고 생각해요. 먼저 어른들은 어른들이 가진 기득권을 모두 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른들이 가진 ‘책임’에 따른 열매를 그 맛이 쓰던 달던 이제 직접 맛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번 참사를 절대 잊지 않도록 가슴에 새기어 기억해두어야겠어요. 
어른들이여! 그렇게 답하고 행동하셔야만 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넉넉히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바뀌니까요.
그래야 아직 살아남은 이 땅의 아이들에게 손에 손을 꼬옥 잡고 어두운 세상 다가오는 큰 물결과 맞서 튼튼한 두 발로 그들의 땅을 뚜벅뚜벅 걸어 나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이번 참사로 별이 된 아이들이 반짝이며 나비처럼 다가올 수 있을 테니까요.
"실패가 언제나 실패로 남지 않으려면, 이번 참사의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벌하여 그 틈을 잘라냄으로써 다시는 이 땅의 어떤 목숨도 단순하게 취급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겠어요. 
그리고 그러한 행동은 이제부터 하더라도 결코 늦지 않으리라 보아요."
_≪경기북부포커스≫에 기고한 글



덧글

  • 아무것도없어서죄송 2014/05/07 13:08 # 답글

    사소한 걸 하나 지적하자면 이번 사고에서 죽은 것은 학생들만이 아닙니다. 일반인도 많았죠.
    많은 사람들이 그걸 신경 안 쓰죠. 그들이 진짜 중요시하는 것은 희생자들이 아니니까요.
  • 고리아이 2014/05/08 00:18 #

    개인적으로 문득 빅토르 안이 무척이나 부럽습니다영
    이런 계족鷄足같은 나라를 떠나 망명하였으니 말입니다영
  • 바람불어 2014/05/16 23:34 # 답글

    이 사건을 돈만 아는 어른들 vs 말 잘듣던 착한 아이들이라는 대립항으로 만들어서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것도 의도가 수상한 편견입니다.

    내가 어른인데 걔들 죽음에 나는 아무런 책임도 없어요. 옆집 어른이 어떤 애를 때려죽였다고 해도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평생 본 일도 없는 선장승무원과 승객들 사이의 일을 왜 자꾸 어른 vs 아이 대립항으로 만드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갑니다.

    선장과 승무원이 초반대처를 제대로 안했고 상황전달이 제대로 안되었다는 것 그것뿐. 그게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그럼 앞으로 그 부분을 잘 하면 되는거예요. 일단 승객을 아이들로 카테고리 쳐서 감상에 젖고 추상적인 '어른들'이라는 마녀를 세워놓고 니들 잘못이오, 아니 내 잘못이오 하는 건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입니다.
  • 고리아이 2014/05/17 15:58 #

    님의 따스한 지적 고맙습니다영
  • 바람불어 2014/05/17 22:33 #

    저는 이런 큰 사건에 많이 배운 사람들,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좀 침착하고 이성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일뿐입니다. 특정한 감성에 푹 젖어서 스스로 진 빠지는 건 사람이니까 누구나 그럴수있습니다. 그런데 그 젖은 '감성'을 바탕으로 극단적인 '논'을 펼치는 게 요즘 유행이더군요. 잘 아시겠지만 (어떤 '우리'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후)'이 불행의 책임을 우리 모두 나눠 가지자!'하는 건 문제해결에 별 도움도 안되고 오히려 방해만 될뿐이죠.
  • 고리아이 2014/05/21 22:58 #

    님의 냉철한 지도와 따스한 편달
    언제나 환영입니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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