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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기원과 형성_이선복 ≪제3판 한국사연구입문≫

한국인의 기원과 형성을 연구한다는 것은 남북한 주민과 재외동포를 통괄해 흔히 한민족이라고 불리는 집단이 언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밝힌다는 뜻이겠다. 한국인의 기원이란 상아탑에서만 운위되는 학문적 주제가 아니라, 개천절 남북공동행사나 단군릉 참배를 둘러싼 시비에서 볼 수 있듯이 중요한 정치적, 사회적 뜻을 지니기도 한다.

1970년대 남한학계의 주민 2단계 교체설은 고아시아족이 기원전 3천 년 무렵 한반도에 이주해 신석기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전제로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님은 이제 분명해졌다. 북한의 민족단혈성기원론의 경우, 만약 우리 민족이 100만 년 동안 이른바 순혈집단으로서 하나의 핏줄로 이어 내려왔다면, 유전법칙에 따라 조선옛유형사람이나 고대조선족또는 현재의 조선민족은 다른 어느 주민집단과 대비할 수 없는 기이한 형질적 특징을 지닌 모습의 집단으로서, 호모 사피엔스가 아닌 다른 학명으로 불리고 있을 것이다. 또한 검은모루 동굴에서 발견된 이른바 석기는 분명히 인공품이 아니며, 50만 년이니 100만 년이니 하는 유적의 연대를 뒷받침하는 자료도 없다. 내용의 뚜렷한 차이에도 두 설명은 모두 한국인은 아주 오래 전에 민족으로서의 집단적 정체성을 갖추었고 그 실체는 고고자료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한민족의 실체가 선사시대 어느 시점에 완성되었을 리도 없고, 고고자료는 그것이 토기이건, 석기이건, 뼛조각이건 주민집단의 민족적 정체성을 말해주지 않는다.

대체로 한국인이 외부에서 들어왔는가 여부를 논한 다음 외부에서 들어왔다는 판단 위에서 한민족의 원거주지를 추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주관적 강변이다. 구석기 유적 발견 이후에도 한국인은 신석기시대 이후 외부에서 들어왔음이 마치 사실인 양 받아들여졌다. 더불어 한반도 신석기시대의 토기와 유라시아 북부지방 토기에서 보이는 유사성은 주민 구성의 동질성을 의미한다는 1920년대 이래의 생각도 그대로 굳어지게 되었다. 또한 1990년대 초까지 간혹 발표되던 고인돌 남방기원설은 청동기시대에 남쪽에서 주민 이주가 있었음을 전제로 한 주장이었다. 이러한 주장도 틀렸음이 분명한데, 이제 남방기원설은 간혹 민속학 분야에서 남방적 문화요소를 제시하는 정도에서 그 잔흔을 찾아볼 수 있다. 1930년대에는 북방과 남방에서 흘러 들어온 사람들이 섞여 만들어졌다는 혼혈기원설이 등장하기도 하였는데, 해방 이후 단일민족임을 내세우는 우리의 민족적 자긍심과 합치할 수 없기 때문에 남북한 양쪽에서 곧 금기시했다. 따라서 한국인의 기원을 한반도 외부로부터 찾으려는 주장은 북방기원설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일제시대 이래의 해묵은 주장이며, 그 입론의 근거를 잃어버렸음에도 선험적 전제로 채택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을 내세우는 한국인의 기원과 관계된 여러 주장은 아직 1930년대의 혼혈기원설 정도의 위태로운 수준의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 주장들은 유전자 분석의 제약조건과 한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편적으로 밝혀진 바를 과장되게 해석할 뿐이다.

북한의 780년대 화석인골 연구 결과에 따라 조선사람은 중간얼굴형, 중국사람은 긴 얼굴형, 일본사람은 짧은 얼굴형이라는 단정이 있었는데, 이는 인종유형학으로 불리는 구시대적 연구방법론에 따른 것이다. 한국인의 외형적 특성을 통해 단정 짓는 연구는 실제 사실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아니며, 또 인종주의의 편견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생각이다.

민족과 생물학적 집단은 동의어가 아니다. 특정 생물학적 속성의 유무를 통해 한국인의 기원과 형성을 확인하려는 연구는 그 출발단계부터 극복해야 할 큰 장애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인은 다른 어느 집단과 마찬가지로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그 내용을 다 알 수 없는 복잡한 역사적, 문화적 과정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 현재 줄 수 있는 답이다. 비록 싱거울 수밖에 없는 답일지라도.

구석기시대의 주민이 한반도를 떠나고 새로운 신석기시대 주민이 밀려들어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곧 한반도는 구석기시대 말 이래 호모 사피엔스가 계속 거주하던 곳으로서, 구석기시대 말 이래의 주민집단은 신석기시대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45천 년 동안 지속된 신석기시대 동안 한반도의 신석기문화가 연해주, 중국 동북지방, 일본 서부지방과 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제한된 규모나마 주민의 이입과 유출도 있었을 것이다.

한국인의 기원과 형성에 대한 정답을 재촉하는 것보다, 한국인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으며 또 왜 우리는 그 기원과 형성에 대해 알기를 원하는가에 대해 한번쯤 되짚어 보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선복 2008 <한국인의 기원과 형성> ≪새로운 한국사 길잡이 : 3판 한국사연구입문(한국사연구회 엮음), 지식산업사, 3851.

 

△ ≪새로운 한국사 길잡이 상표지(다음책http://book.daum.net/에서 얻음)

 

# 최근 유엔은 한국에 대해 단일민족국가임을 내세우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한다(이선복, 같은 글, 49). 조만간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이 성인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다문화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물론, 그들이 아직은 소수이기는 하다. 그래서 그러한 점을 악용하는 집단도 있을 게다. 그렇다면, 환웅을 맞이한 웅녀가 어떤 표정으로 우리를 대할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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