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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자들, 협동조합 꾸리기 Modern Corean Clio

대학서 쫓겨나는 인문사회과학, 협동조합에 둥지 튼다

한겨레42일자 안선희 기자의 글이다.

석사 과정 말기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1994년 무렵이다. 한참 대학원가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바람이 불 때였다. 그때 나는 포스트모더니즘을 훈고학쯤으로 여기고, 차라리 실증에 더 천착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때 또 하나의 바람이 대학원가를 몰아치고 있었는데, 바로 인문학의 위기였다. 그때 나는 그 동안의 정권(이승만정권과 박정희정권, 그리고 전두환정권)에 빌붙어 겨우 목숨만 부지하던 인문학이 위기를 핑계 삼아 마지막 단말마를 외친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그때 어느 학자의 외침처럼 인문학이 죽어야 인문학자들이 산다는 생각을 했다._글자 그대로 생각만 했다. ‘천행踐行을 끝내 하지 못하고 말이다(하기야 석사과정 주제에^_^))).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오른 오늘

노나메기 지식순환 협동조합

인문() 협동조합’(가칭)

급진 민주주의 연구조합 데모스’(데모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인문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바람직한 모습이라 여겨진다. 다만, 이러한 모습들이 20세기 말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던 선배들의 전철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올 초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의정부 공간에서 여러 선생들과 만나 척박하기 그지없는 경기 북부를 생각하면서 조합이야기가 나왔을 때, 조만간 경기북부문화예술인조합을 꾸린다고 한다. 그때 나는 감히 경기북부인문학자협동조합을 그려보았다. 환자, 그것도 중증환자 주제에 말이다.

그럼에도 내일의 해를 바라보겠다!”라고 호언하지 못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기에, 오늘에 충실하고자만 한다. 2천 년 전, 한 목수의 아들도 이렇게 외치지 않았던가(공동번역바이블마태오의 복음서 62534).

 

그러므로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공중의 새들을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먹여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느냐?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목숨을 한 시간인들 더 늘일 수 있겠느냐?

또 너희는 어찌하여 옷 걱정을 하느냐? 들꽃이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 그것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한 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 입지 못하였다.

너희는 어찌하여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오늘 피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들꽃도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야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느냐?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마라.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Seek first His kingdom and His righteousness).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일 일은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에 맡겨라. 하루의 괴로움은 그 날에 겪는 것만으로 족하다.

 

이제 안선희 기자의 글을 살펴보자.

인문학과 사회과학 연구자들의 연구·강의 협동조합이 뜨고 있다. 대학들의 기업화경향 속에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순수학문 분야 정원과 강좌 등을 줄이면서 이들 학문과 연구자들이 대학 안에서 고사위기에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모색이다. 연구자(강의자)들과 수강자들이 출자를 하고 조합원으로 참여해서 지식을 순환시키는 학문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노나메기 재단 설립추진위원회는 지난달 30노나메기 지식순환 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한 2차 준비모임을 열고 국내 다른 협동조합들의 활동, 국외 대안지식운동 사례 등을 공유했다. 조만간 조합 설립을 위한 사업계획, 발기인대회 등에 대한 의논에 들어가기로 했다. 김 명예교수는 지식의 공동 생산과 공유, 집단지성의 향유를 목적으로 한 협동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나메기 지식순환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 조합이 주체가 돼 노나메기 시민대학을 설립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시범강좌 형식으로 시작해 내년부터는 본격 강좌를 개설하는 것이 목표다. 대학교수, 연구자들은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시민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명예교수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화예술 등 수준 높은 교양교육을 2년 과정으로 제공하는 대학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의 인문학 박사과정 연구자들이 추진하고 있는 인문() 협동조합’(가칭)의 준비모임도 지난달 302차 모임을 가졌다. 준비모임에 참여하는 임태훈 성공회대 외래 교수(교양학부)대학이 자본의 논리에 종속돼가면서 순수학문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연구자들이 대학 안에 정규직 교수·강사로 채용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줄어들고 있다연구자들이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을 확보하고 연구와 강의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근거지로 인문() 협동조합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중에 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 교수는 농촌 폐교 등을 활용하고 지역민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도농인문학을 비롯해 실버인문학, 인문학 대안화폐, 쌍방향 웹인문사전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설립된 연구 협동조합도 있다. 지난달 22급진 민주주의 연구조합 데모스’(데모스)는 서울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데모스는 2008년 성공회대 사회학과 대학원생들이 주축이 된 급진 민주주의 연구모임으로 시작해 5년여 활동 끝에 조합으로 전환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를 비롯해 18명의 교수, 대학원생 등이 조합원으로 참여했다. 장훈교 데모스 운영위원장(성공회대 박사과정 수료)“30~40대 연구자들에게는 생계도 중요한데, 대학이나 정부 지원프로젝트에 의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제도권 밖에서 공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필운동 푸른역사 아카데미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인문학 연구자들이 데모·프레카리아트·공공지식인이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순수학문 연구자들이 점점 프레카리아트’(불안정 노동계급)화되는 현상과 대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고병권 수유너머아르(R) 연구원은 대학은 서양에서 13세기까지 길드(조합)였다. 대학이 자본에 종속되면서 대학 이전의 역사로 가는 것 같다. 지식인들이 대학 바깥에서 살아내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협동조합들은 수유너머, 아프콤 등 기존의 대안적 연구모임들과 활동과 비슷하지만, 대중강연, 출판, 교육사업 등을 통한 경제적 자립 방안에 대해 좀더 고민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인문() 협동조합 준비에 관여하고 있는 권명아 동아대 교수(국문학)연구자들이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그러면서도 구성원들간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는 제도를 찾다 보니 협동조합을 추진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나메기 지식순환 협동조합 준비에 참여하는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영상학)협동조합은 적극적인 참여를 다짐하는 조합원들을 확보하고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형태의 모임보다 더 안정적이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은 공동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조합원들의 출자로 자금을 마련하고, 조합원들이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는 민주적 운영방식의 사업체로, 세계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5명 이상의 발기인만 있으면 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한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서울시가 협동조합도시를 선언하는 등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생겨나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이 기사의 내용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인문사회과학자들의 조합 설립 움직임이 여전히 서울(=중앙) 중심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해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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