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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지리학과 생태환경사_이종찬 Modern Corean Clio

역사지리학을 멀리하게 되면, 과거를 생태환경적 관점에서 만들어 가려는 문제의식은 점점 멀어지게 된다. 이는 매우 역설적이다. 왜냐하면, 역사지리학은 유럽중심주의를 만들어오는데 제국의 핵심적인 전략이었음에도, 유럽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서양역사학자들은 역사지리학의 실체를 파헤치기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뿐만 아니라 동양사와 한국사, 과학사와 기술사 전공사들까지도, 생태환경사 연구자로서 나아가기 위한 조건으로서 역사학과 과학사를 근대 자연과학, 생명과학, 사회과학과 융합하려는 문제의식은 미약해 보인다. 덕스Nicholas Ducks의 주장대로 역사를 근대성의 한 기호라고 바라보는 한, “유럽중심주의 이후 역사도 결국 유럽중심주의의 연장선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자연 자체는 전근대적이지도, 근대적이지도, ‘포스트모던적인 성격을 갖지 않는다. 자연이 본격적으로 유럽중심주의의 근대적 성격을 갖게 된 것은 15세기부터 유럽에 의한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다. 대항해시대를 생태환경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시대의 기록들을 사료로만 파악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기록들의 저자들이 바로 생태환경사를 써 나갔음에 유념해야 한다. 알렉산더 훔볼트가 바로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그 자신이 열대 아메리카의 자연을 발명하는 생태환경사가로의 역할을 다했다. 훔볼트가 라틴 아메리카의 크레올Creoles 박물학자들의 지원과 협력이 없었다면, 파리로 돌아와서 자신의 구상대로 저술 작업에 몰두할 수 없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한국에서 세계사적 관점에서 생태환경사를 작업하는 것은 유럽중심주의 이후의 역사를 서술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메타-역사를 서술하는 이중적 성격을 갖는다.

역사를 시간적으로 고대, 중세, 근대의 세 시대로 구분하고, 공간적 범주로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라는 3분법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역사학계의 정황을 생각하면 한국에서 생태환경사를 세계사적 관점에서 구성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국의 역사학자들이 근대 이래로 분리되어왔던 자연사와 역사학을 통합하여 세계사를 만들어간다면, 생태환경사의 세계사적 지평은 한국 역사학계에서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생태환경사를 통하여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과학사학자 및 기술사학자들과 소통 및 연대의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다.

 

훔볼트해류

 

이종찬 2009 <한국에서 생태환경사를 세계사적 지평에서 탐구하기> 서양사론10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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