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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학자의 세시기 읽기_이진경 Modern Corean Clio

‘박태호’라는 이름으로 서울산업대에 재직하고 있는 이진경의 묵직한 근현대 한국 사회 연구서가 ≪역사의 공간: 소수성, 타자성, 외부성의 사건적 사유≫라는 제목으로 1년여 전에 휴머니스트에서 나왔다. 게으름(?)으로 일관(!)하다가 후배의 간곡한 부탁으로 이제야 들어보았는데, 너무 무거워 그 가운데 역사에 의해 지워지고 역사 속에서 소멸되어버린 것을 때 아닌(unzeitlich) 시간에 다시 불러내어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변형되어 현재의 시간에 끼어들 수 있는 잠재성을 가동시킴으로써 다른 종류의 역사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유득공의 ≪경도잡지≫, 김매순의 ≪열양세시기≫, 홍석모의 ≪동국세시기≫ 등과 일제강점기 민속지적 저작을 살핀 <조선 후기 ‘세시기(歲時記)’에서 사회적 시간의 시간성>(137∼179쪽)을 먼저 정리하여 보기로 하겠다._이 자리가 게으름으로 일관하여 지워지고 소멸된 다른 종류의 역사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탐색하면 천행이라 하겠다.

 

사람들이 일정한 단위로 함께 모이고 어울려 노는 ‘축제’가 습속화하여 ‘풍속’ 또는 ‘민속’이라는 문화적 형태를 취하는 동시에 일 년을 주기로 반복의 양상을 취하면서 사회적 삶의 리듬인 사회적 시간을 구성한다. 서구가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비서구적인 것을 모두 제거하였듯이, 이 땅의 한 시기에서도 근대라는 이름으로 비근대적인 모든 것=인류학자들이 ‘문화’라고 부르는 것을 제거하는 과정이 있었다._조선 말 개화파의 주장에서 박정희 시대의 새마을운동까지.

사회적 시간을 구성하여 문화를 형성한 세시풍속은 제의적 성격 또는 제의와 연관되어 있고, 이는 신적인 것과 인간이 만나는 ‘사건’이다. 그런데, 조선의 신은 인간들만큼이나 다양하고 천변만화하는 성질을 갖는, 따라서 때로는 선하고 좋은 힘을 발휘하지만 때로는 무섭도록 ‘악한’ 힘을 행사하기도 하는 그런 존재자들이다. 그래서 제의란 비시간적인 존재자들과 인간이라는 시간적인 존재자가 만나는 장이 되고, 통로도 되며, 다리도 된다. 따라서 성(聖)과 속(俗)이 따로 구별되지 않고, 인간의 공간 안에서 그것의 존재를 가시화한다.

 


◇ 일한병탄 직전 1910년 7월 20일

조선광문회에서 펴낸 동국세시기 표지와 판권

_국립중앙도서관 전자도서관

(http://www.dlibrary.go.kr/JavaClient/jsp/wonmun/index.html)에서 얻음

 

세시기에 등장하는 세시풍속과 제의(적 성격)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비시간적인 것을 시간적인 세계 안으로 끌어들여 공존하는 불러내기와 맞이하기_영등맞이ㆍ나례ㆍ고사ㆍ차례 등, 둘째, 인간의 삶에 속한 시간적인 것을 비시간적 또는 지나간 시간의 세계로 보내버리는 보내기와 버리기_연날리기ㆍ제웅치기ㆍ타추희ㆍ쥐불놀이 등, 셋째, 비시간적 세계에 머물러 있는 존재자들을 계속하여 비시간적 세계에 봉인하여 인간 세계와 섞이지 않기는 바라는 가두기와 밟기_부적ㆍ세화ㆍ문배ㆍ지신밟기ㆍ세밑 폭죽 터뜨리기 등, 넷째,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현재의 시간 속에 끌어들이지만, 신적인 것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 인간의 유희적이고 오락적인 면이 강한 점치기와 모의전_토정비결ㆍ별점ㆍ대보름 달빛점ㆍ흉풍점ㆍ줄다리기ㆍ횃불싸움ㆍ석전 등이다.

제의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적 시간성과 일회적인 제의적 시간성의 틈은 제의의 자연력이 생업력과 결합되고 혼합되어 제의력이 만들어지고 리듬에 따라 구성되어진다. 그리하여 이제 제의는 ‘세시풍속’이 된다. 이러한 시간의 제의성은 엘리아데의 이론이 부적절함을 알려주는데, 엘리아데의 플라톤적, 기독교적, 그래서 서구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은 차치하더라도, 일회적인 만큼 매번 다르고, 매번 새로울 수밖에 없는 제의를 원형의 반복이라는 ‘차이 없는 반복’으로 치환함으로써 단순한 순환적 회귀의 관념에 복속시킴으로써 제의의 일회성은 물론 그것의 반복이 갖는 고유성을 오해하고 있다.

세시풍속이 된 조선의 제의는 풀이(봉헌)와 음복, 놀이라는 기본 요소를 지니고 있는데, 여기서 사람들은 하나의 공통된 리듬에 따라 공통의 활동, 공통의 신체적 움직임을 통해서 하나의 집합적 신체를 구성한다. 집합성_통일성이라고도 하는데, 단일성은 아니다_이 제의가 갖는 사회적 성격을 표현한다면, 리듬은 집합성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오늘날 가족을 넘어서는 범위의 제의나 풍속들은, 특히 집합적 신체를 구성하는 놀이나 축제는 소멸되거나 일종의 ‘기념물(문화재!)’ 내지 ‘관광상품’으로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고, 이러한 축제나 풍속, 혹은 제의는 사람들을 하나의 집합적 신체로 모으고 움직이게 하는 주기적 절차가 아니라 일종의 무대 위에서 낯선 시선들을 위해 ‘공연’되는 스펙터클(구경거리)이 되었다. 이제 신들의 세계가 아니라 신들의 세계를 통해서 사람들이 환기하고 배려하며, 그래서 이질적인 타자들의 세계가 존재함을 상기해야만 한다.

이진경의 살핌과 관련하여 다음 자료집을 더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도서관 누리집에서 검색하였는데, 자료집 가운데 비과금자료가 있기도 하고

국회도서관에 직접 가서 보아야 할 것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2002 ≪조선전기 문집에 나타난 세시관련 자료집성≫

국립민속박물관 2002 ≪한국 고·중세 세시풍속 자료 집대성≫

이창희·최순권 역주 2003 ≪조선대세시기 Ⅰ≫,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2003 ≪조선후기 세시기≫

국립민속박물관 2003 ≪한국세시풍속자료집성 : 근대 신문 및 잡지편≫

국립민속박물관 2003 ≪한국세시풍속자료집성≫

윤호진 책임번역 2005 ≪한국세시풍속자료집성 : 조선후기 문집 편≫, 국립민속박물관

이창희 책임번역 2005 ≪조선대세시기 Ⅱ≫,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문화재연구소 2005 ≪조선시대 민속문헌 해제 :민속문헌자료기초조사≫

국립민속박물관 2007 ≪조선대세시기 Ⅲ≫

국립민속박물관 2007 ≪조선대세시기 Ⅳ≫

 

한편, 국립민속박물관 누리집에서는 ≪조선대세시기≫(Ⅰ-Ⅳ)를 모두 PDF 파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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