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경연經筵의 이념_신동은 Corean Thought Clio

신동은 2009 <조선전기 경연의 이념과 전개> ≪정신문화연구≫32-1, 한국학중앙연구원, 61∼2쪽.

 

군주의 학문은 한갓 외우고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날마다 경연에 나가서 선비를 맞이하여 강론을 듣는 것은 첫째는, 어진 사대부를 접견할 때가 많아짐에 따라 그 덕성(德性)을 훈도(薰陶)하기 때문이요, 둘째는, 환관과 궁첩(宮妾)을 가까이할 때가 적어짐에 따라 그 게으름을 진작시키기 때문입니다(≪태조실록≫2, 태조 1년(1392) 11월 14일).

 

경연의 선택은 경사를 읽고 외우기 위한 것뿐 아니라, 장차 어진 선비를 예로써 접대하고 총애하는 사람을 친압(親狎)하게 하지 않아서, 강론하는 즈음에 여유 있게 자득하고 도덕을 함양하자는 것입니다(≪태종실록≫5, 태종 3년(1403) 3월 3일).

 

근자에 10여 일이나 경연을 정지하니, 옛사람이 촌음(寸陰)을 아끼는 뜻과 다릅니다……. 신은 항상 전하는 글을 좋아하는 임금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경연에 나가지 않으시니, 신은 학문을 하찮은 일로 삼으심이 아닌가 걱정됩니다. 대저 덕을 닦는 것이 근본이요, 글을 배우는 것은 말단입니다. 그러나 사장(詞章)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성리(性理)의 학문에 이르러서는 슬기와 꾀가 증장(增長)되는 것이니, 덕을 닦고 마음을 바로 하는 근본입니다(≪중종실록≫10, 중종 4년(1509) 11월 7일).

 

학자들과 학문 토론의 장으로서 경연은 고대 성왕들에게 있던 사부제도에 비견되는 것이다. 임금의 정치적 행위의 정당성이 무엇보다도 임금 자신의 수신에 있다고 이해하는 관점에서 볼 때 학문은 임금에게 ‘여사(餘事: 하찮은 일)’가 아니다. ≪논어≫에서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밖에서는 공손하며, 행실을 삼가는 실천을 한 뒤에 글을 배우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장의 학문에 해당하는 것이고, 덕을 증진시키고자 하려면 성리의 학문이 불가결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임금으로서 자잘한 일들을 처리하는 것은 급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경연에 나와 학문을 하는 것은 하루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로 설명된다. 더욱이 정치 제도의 이해나 행정 능력의 숙달 등 일종의 통치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자 하는 실무교육 차원에서 경연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일정 기간만 베풀어지겠지만, 성리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끊임없이 비추어보는 자기 수양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경연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한 끝마침이 없다. 정치 행위는 단지 제도와 통치술에 대한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이끌어가는 사람의 품격을 바탕으로 한다. 이와 같이 경연은 무엇보다도 자기 수양이라는 취지에서 본다면 동료라 할 수 있는 유학의 지식 관료들과 학문을 강론함으로써 임금의 수신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었다.

 

# 원대 이후 명ㆍ청대의 경연은 형식화되었다고 이해되고 있다. 그럼에도 조선 왕조는 멸망 때까지 경연을 강조하여 실행하였는데, 아마도 위에서 이야기한 자기 수양이라는 취지, 곧 성리학적 이데올로기로서의 ‘수신’이라는 이념적 개념에서 비롯하였다고 여겨진다.


지금의 영경연(領經筵)과 지경연(知經筵)은 옛날의 태사(太師)ㆍ태부(太傅)요. 시독(侍讀)은 옛날의 소사(小師)ㆍ소부(小傅)였습니다. 바라건대 이제부터 정전(正殿)에 글을 배울 때에 지서연(知書筵)이 들어오면 반드시 일어나서 윗자리를 피해 글을 배울 것이요, 물러가면 역시 일어나야 할 것이며, 시독의 진퇴할 때에도 역시 윗자리를 피해서 얼굴빛을 바루어 스승을 높이는 뜻을 나타내야 할 것입니다(윤소종 <경연을 권하는 글> ≪동문선≫53).

 

생각건대 국가가 다스려지는 것은 성덕(聖德)을 성취(成就)함에 달렸고, 성덕을 성취하는 것은 강관(講官)이 보도(輔導)함에 달린 것이니, 강관의 책임은 중대한 것이다. 사전(史傳)에 기재된 것과 경연(經筵)에서 하는 말들이 후세의 감계(鑑戒)가 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말은 기회에 따라 달라지고, 법은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사람에 따라 바뀌므로 거기에는 자연 우열(優劣)과 경중(輕重)의 구분이 있게 된다(최한기 <서문> ≪강관론≫).




덧글

댓글 입력 영역


노무현대통령추모

김대중대통령추모

언론악법 원천무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