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How to read the Grimm Brothers_Jack Zipes_Ⅰ 가벼운 발걸음

그림 형제의 동화집(특히 1857년 최종본)은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독일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읽히고 널리 알려진 책이다(가장 많이 읽힌 책은 바이블이다). 그림 형제는 민담을 고치면서 민담이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회화 과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동화 속 도덕이 동원되는 이유는 노동 분업과 남녀 구분을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여성의 역할은 가정을 지키는 것이고, 가정은 순수함과 아이들을 보호하는 피난처라는 당시의 태도 또한 부르주아 계급에서 여성과 노동, 육아에 관해 통용되던 관념이었을 뿐, 농민층이나 귀족층의 생각은 아니었다. 19세기에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성장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내와 자녀를 집 안에 있게 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 프롤레타리아 전 가족의 운명은 장시간 공장에서 계속되는 노동이었기 때문이다.

동화 문학을 통한 사회화를 고려할 때, 먼저 그림 형제의 동화를 읽고 자란 아이들에게 일차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인간이 자신의 이념과 의도, 대응 방법을 구체화한다는 말은 인간이 모종의 형식을 창조하고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이념과 의도, 해법을 감각적인 방식으로 현실 속에 뿌리박고, 이를 통해 이러한 형식이 인간이 영위하는 일상생활의 현실적 일부가 된다는 뜻이다. 이렇듯 문화는 인간적 객관화라는 역사적 과정으로 인식되며, 이때 민족 문화의 수준과 질은 구성원들이 발전시키는 사회화_현재의 구성원들이 미래의 구성원들을 사회 속에 통합하는 과정이자 사회정치 체계를 합법화하고 사회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규범과 가치를 강화하는 과정_에 의존한다.

책읽기는 내면화 과정_기술적으로 말하자면 재주체화 과정_으로서 기호, 상징, 문화를 ‘이해’하는 의식적ㆍ무의식적 행위이며, 이제까지 사회화 과정에서 일정한 기능을 담당해왔다. 근대 이후, 곧 계몽주의가 전파되고 부르주아 계급이 발생한 이래로 책읽기는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지위로 진입하는 통행증이자 위계 질서 속에서 자신의 지위를 감당하고 유지하는 방식이었다. 19세기에 책으로 인쇄된 동화를 읽는다는 것은 사회적인 의미에서 배타적인 행위였다.

책읽기, 특히 동화 읽기를 말할 때 사회적ㆍ역사적 배경을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화와 책읽기는 주어진 사회나 문화의 권력 투쟁과 이데올로기의 영향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또 그러한 권력 투쟁과 이데올로기를 반영한다. 그림 형제의 동화는 구전 설화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했던 평민들의 투쟁의 산물일 뿐 아니라, 독일 부르주아 계급이 자신의 정체성과 권력을 추구하는 과정_자신의 욕구와 소망을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과정_에서 만들어진 문학적 산물이다. 그림 형제의 동화에 나타난 규범과 가치 체계가 지향하는 생활 방식_객관화된 표준적 생활 방식_은 삶과 노동에 대한 부르주아적 척도 일반을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었고, 실제로 그러한 척도를 정당화했다. 그리고 이는 독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잭 자이프스 지음ㆍ김정아 옮김 2008 ≪동화의 정체 : 문명화의 도구인가, 전복의 상상인가≫, 문학동네, 125∼128쪽에서.




덧글

댓글 입력 영역


노무현대통령추모

김대중대통령추모

언론악법 원천무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