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동물 신랑_하이데 괴트너 아벤트로트 Corean Clio

요즘에도 이런 말이 나돌까요?

“남자는 늑대, 여자는 여우”

그래서 남성은, “여우∼∼∼”하고 울고, 여성은 “늑대애∼∼∼”하고 운다고 하지요(-_-;;)

그런데, 본디 고대 유럽에서는 신랑 곧, 남성을 동물로 그렸다고 하네요. 동화 문학을 깊이 있게 연구한 잭 자이프스는 동물이 신랑으로 나오는 구전 설화는 모계사회로부터 유래한다고 하는데, 이러한 구전 설화와 17세기 말엽 ‘미녀와 야수’의 주제를 빌려 온 동화 문학을 비교해볼 때, 성적 구도와 문화 패턴의 변화가 문명화 과정의 내부에서 발생한 중대한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고 확신하면서 모계사회의 상징적 문화 패턴은_여기서 여성은 인간적 행동과 사회적 통합의 기폭제로 간주된다_구전 전통과 문학 전통의 양쪽 모두에서 지속적인 변화를 겪었다고 하네요. 그 결과 17세기 말엽에 되면, 여성(본래 구원을 행하는 존재)이 ‘진정한’ 구원을 얻는 방법은 남서의 집이나 성에서 남성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것밖에 없게 되었고, 이는 여성이 가부장제에 항복함을 상징한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잭 자이프스는 하이데 괴트너 아벤트로트의 다음과 같은 말을 소개하고 있네요.

 

대부분의 동물 신랑 설화에서 남성은 배회하는 야생동물(늑대, 곰, 말, 까마귀, 백조)이다. 이는 남성이 집 없는 존재이자 길들여지지 않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곧, 모계사회의 여성_스스로의 힘으로 보다 나은 환경을 창조하는 존재_이 보기에 남성은 숲 속을 어슬렁거리는 육식동물보다 나을 것이 없다. 남성은 털가죽이나 깃털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반면에, 여성은 자기 손으로 만든 인간의 의복을 입고 다닌다. 인간으로서의 남성의 상태는 아직은 존재하지 않거나 ‘죽음’의 상태로 존재한다. ‘마법에 걸린’ 짐승의 상태는 이러한 죽음의 상태를 뜻한다. 동물로 변하는 것은 죽음에 비유되는 남성적 상황이며, 남성적 상황은 보다 높은 삶의 형태로 입문한 상황이 아니기에 여성적 상황보다 열악하다. 남성은 아직 인간(곧 여성)의 문화적 차원에 이르지 못했다. 여성이 남성에게 인간의 의복을 만들어 입히고 자기 집에 오게 하여 길들여진 정착자로 만듦으로써 남성을 구원할 것인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여성에게 달려있다(Heide Göttner-Abendorth, ‘Matriarchale Mythologie’, in Weiblich-Männlich, ed. Brigitte Wartmann(Berlin: Ästhetik & Kommunikation, 1980), p.244.; Heide Göttner-Abendorth, Die Göttin unà ihr Heros, pp.134∼171.: 잭 자이프스 지음ㆍ김정아 옮김 2008 ≪동화의 정체 : 문명화의 도구인가, 전복의 상상인가≫, 문학동네, 96쪽에서. 알림 : 옮긴이가 ‘남자’ 또는 ‘여자’로 표기한 것을 모두 ‘남성’과 ‘여성’으로 바꾸었다. 아래도 같다.).

 

그러면서 잭 자이프스는 문명화 과정의 목적이 자연과 본성을 지배하는 것이라는 도구적 성격을 좀 더 강하게 띠면서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틈이 좀 더 벌어지게 되는 ‘아동기(잭 자이프스 지음ㆍ김정아 옮김 2008, 윗 책, 78쪽)’가 발생한 17세기 말엽 가부장적 버전을 반복하면서도 유행을 탄 ‘미녀와 야수’류의 동화 문학에서는 믿음직하고 금욕적인 남성이 변덕스럽고 무지한 여성을 다스리는 미학적-이데올로기적 구도가 성립하게 되는데,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는 첫째, 부르주아 사회와 귀족 사회 안의 비교적 젊은 여성들이 중년을 넘긴 남성과의 끊임없는 정략 결혼을 강요받았고, 둘째, 교회와 국가는 여성을 잠재적인 마녀형 인물과 동일시되기에 이르렀으며, 셋째, 개방적이던 섹슈얼리티가 은밀한 정사가 되었고, 끝으로 동화 작가 자신_잭 자이프스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샤를 페로Charles Ferrault 자신_의 여성에 대한 성적 충동의 공포와 욕망을 꼽고 있지요(잭 자이프스, 윗 책, 98쪽). 그리하여 이 시기에 쓰인 동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고 하네요.

 

여성은 지속적으로 감시를 받아야 하는 존재이며, 그것은 여성에게 욕망을 절제할 줄 아는 이성이 주어진 뒤에도 마찬가지다. 여성은 잠재적으로 파괴적이며, 사회질서에 해를 입힐 수 있다… 여성들이 스스로 과감하게 자신의 욕망을 채울 경우, 남성들은 여성들을 그야말로 가혹하게 처벌한다. 남성들이 보기에 강한 여성은 위험한 여성이다… 여성은 호기심이 많고 믿을 수 없으며 변덕스럽기 때문에 계속해서 벌을 받아야 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분별력과 신중함에 달려 있다. 여주인공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야수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거나 야수의 명령과 기대에 복종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결혼은 착한 소녀의 선행에 주어지는 궁극적 보상인 반면에, 남성은 신부를 얻을 뿐 아니라 군주로서의 권리와 재산을 되찾는다. 다시 말해 남성은 자신의 남성성을 확인하며, 그에 대한 모든 위협을 제거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순종과 복종, 겸손, 근면, 인내에 있는 반면, 남성의 미덕은 자제와 예의, 이성, 불굴의 의지에 있다… 여성 인물이 ‘올바른 시민’이 되는 것은 짐승 같은 남성에게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려 할 때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자기 부정을 통해서 여성 인물은 모든 여성이 옛날에도 원했고 지금도 원한다는 가정되는 그것_결혼_에 도달할 수 있다. 이 때 결혼은 남성에 의한 지배의 형태를 취한다. 남성 인물이 ‘올바른 시민’이 되는 것은 사회적 탈선의 힘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여성이 위협적 존재가 아니라 남성적 이성에 종속된 존재가 될 때뿐이다(이 때 남성의 이성은 여성에게 마법으로 또는 진정제로 작용한다). 흥미롭게도 남성은 언제나 올바름과 합리성을 대표하는 존재이며, 그러한 남성을 구원하거나 파괴시킬 힘을 가진 것은 여성이다. 세상에 혼란이 생기는 것은 결코 남성 주인공의 책임이 아니다. 남성은 언제나 희생자이자(보통은 사악한 여성 요정의 마법에 걸려 짐승이 된 존재) 부르주아적 합리성(raisonnememt)의 모델이다(잭 자이프스, 윗 책, 101∼109쪽에서 뽑아 정리함.).

 

그러면서 자이프스는 우리가 오늘날에도 아이들에게 고전 동화를 들려주며 무해無害한 시간을 보내지만, 고전 동화의 무해함에 어떤 해악이 있는지는 깨닫지 못한다(잭 자이프스, 윗 책, 110쪽)고 주장하고 있지요.

지루하리라 여기지만, 자이프스의 연구를 정리한 까닭은 이를 한국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남성과 여성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어요.

저 멀리 단군조선 이야기에서 나타난 웅녀_곰_의 정체, 혁거세의 흰 말과 알영의 닭, 무왕의 아버지와 진훤의 아버지인 용, 김현이 만난 범, 고려 태조의 할아버지 작제건의 부인인 서해용왕의 딸(김열규 1976 <한국신화의 동물론> ≪한국의 신화≫, 일조각, 28∼40쪽.) 등을 비롯하여 구비 전승에 보이는 여러 동물들과 사람이 얽힌 이야기는 이제 다시금 꼼꼼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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